이 글은 2004년 10월 아이슬랜드에서 개발한 SF MMOG인 Eve Online의 Fan Fest 2004에 참여한 후 DVD Prime 사이트에 쓴 글이다. 역시 비하인드 스토리가 많으나 지금은 이 글을 옮겨만 오고 차차 하나씩 추가해야 겠다.
아이슬랜드 여행기
아이슬랜드로 여행 갔다가 이제 돌아왔습니다. 회사에서 제가 담당한 서비스를 접는 바람에 조만간 이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2달 전에 예약한 여행이고, 앞으로 두번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연차를 동원해서 다녀왔죠. 뭐 어쨋든, 여행기 나갑니다, :)
- 여행 동기
아이슬랜드의 CCP라는 회사가 개발한 EVE Online이라는 온라인 게임이 있습니다. 현재 가입자가 약 5만명이고 서버는 하나인데 동시 접속이 1만명 정도 되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을 한 1년여간 해왔는데, 이번에 전세계의 플레이어들이 모여서 축제(?)를 한다고 해서 참석한다고 신청을 하고 간 것이죠. 게임 뿐 아니라 아이슬랜드 구경도 하고 싶었고.
- 예산
대략 예산을 미리 잡은 내역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EVE Fan Fest 2004 패키지 - 80만원
런던과 아이슬랜드 왕복 비행기
아이슬랜드 공항에서 호텔까지 리무진 버스 왕복 차비
Nordica 호텔 숙박 3일
아이슬랜드 Airwave 티켓
EVE Fan Fest 2004 티켓
아이슬랜드에서 투어 참가 비용 - 15만원
런던에서 1박 - 10만원
약 4일간 밥값 - 20만원
지인들에게 줄 선물비 - 10만원
모두 합하면 135만원. 올 여름에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소요된 비용보다 15만원 정도 적게 예상이 되었습니다. 한국에서 런던까지의 비행기는 마일리지를 총동원해서 별다른 비용 없이 갈 수 있었죠. 마일리지도 돈이라고 한다면, 할 말 없지만, -_-
- 출발에서 도착까지
자, 출발입니다. 21일에 인천 공항으로 가서 런던으로 출발했습니다. 출발하기 전에 면세점에서 담배를 사는데, 평상시에 피는 던힐보다는 외국 애들한테 한국 담배를 보여주겠다고 타임을 한 보루 샀습니다. 타임은 담배갑에 여러가지 한국 전통 문화를 상징하는 사진들이 있어서 그걸로 사갔죠. 12시간이 넘게 비행을 해서 런던 히스로 공항에 도착. EVE Fan Fest 2004 패키지 예약 문서들이 유럽이나 미국 애들한테는 우편으로 발송되었지만, 국제 우편을 멀리 보내기 싫었던지 저한테는 아이슬랜드에어의 티켓 오피스에서 직접 받으라고 해서 영국에 일단 입국을 해야만 하는 상황. 이 부분도 떠나기 전에 메일 여러차례 주고 받으면서 팩스로 보내느니 하는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지만, 일단은 제가 입국 해서 수령하겠다는 결론을 내린 상태. 이 이야기를 하고 입국을 하려고 하니 영국 입국 심사원 애가 깐깐하게 구네요. 그래서 그냥 다른 터미널로 가서 다른 입국 심사원 애한테 심사받고 입국해버렸습니다, -_-
요런 놈. 타임
티켓 오피스 가서 갖가지 문서들을 수령하고 바로 출국, 아이슬랜드행 비행기에 탑승. 아, 런던 면세점에서 아이슬랜드 가서 마실 위스키를 하나 사갔습니다. 아이슬랜드는 그 나라에서 생산되는 물품이 거의 없고 모두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에 물가가 상당히 비싸기 때문에 Fan Fest 참석하는 애들은 모두 런던에서 술 사가겠다고 난리를 치던 것이 기억에 나서 저도 사갔죠. 이 술은 호텔에서 저녁에 다른 참가자 애들과 같이 마셔 버렸죠. 출발하기 전에 인터넷에서 어떤 사람은 아이슬랜드행 비행기에서 캐비어를 기내식으로 줬다던데, 제가 갈 때는 그냥 별 맛 없는 치즈가 들어있는 빵을 주더군요.
런던 면세점에서 산 위스키, 산 이유는 값이 싸서, -_-
런던에서 아이슬랜드까지는 비행기로 3시간 정도 걸립니다. 도착하니 21일 밤 11시 40분. 입국 수속 등을 거치니 자정이 넘어가더군요. 리무진 버스 타고 아이슬랜드의 수도인 레이커비크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니 22일 새벽 2시가 다 되었습니다. 짐을 풀고 바로 취침에 들어가려 했으나... 비행기에서 너무 많이 자서 잠이 안오더군요, -_- 집에 전화 한번 하고, 가지고 간 노트북으로 이것저것 뒤적이다가 4시에야 잠이 들었습니다.
Nordica 호텔
- 라이커비크 여행
22일 낮에는 EVE Fan Fest 등록만 하면 되었기 때문에 일단 오전에 도시 구경을 다녔습니다. 걸어서 이 골목 저 골목을 다녔죠. 다운타운이라고 가봤더니 길도 굉장히 좁고 센터 지역의 큰 길을 빼면 다들 거의 일방통행의 좁은 골목이었습니다. 사진도 찍고, 구경도 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녀 봤죠.
레이커비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수도라고 그러더군요. 지도 상으로도 북극 바로 밑이니 그럴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꽤 추울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해류의 영향으로 그리 춥지 않다고 합니다. 실제로도 다운타운 돌아다닐 때는 전혀 추운 걸 느낄 수 없었습니다. 한국의 11월 초순 날씨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도시가 항구 도시인데, 항구 쪽으로 가니까 바닷바람이 불면서 엄청나게 추워지더군요, -_-
레이커비크의 황혼을 찍어본 사진
항구 도시
오전에는 도시를 돌아다녀보고, 오후에 Fan Fest 등록을 위해 지정된 카페로 이동해서 간단한 등록 절차를 마쳤습니다. 이 카페 2층을 전세를 내서 등록을 받고 컴퓨터도 구비해서 이메일이나 웹 서핑을 하게 해 놨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달랑 2대. 참가자가 350명인데 2대 가지고 누구 코에 붙이라고, -_- 어쨋든 등록을 하니 손목에 차서 등록을 했다는 증명을 할 수 있는 밴드와 티셔츠를 받았습니다.
도시 내 호수의 새들
- Airwave
아이슬랜드 Airwave는 매년 레이커비크에서 행하는 행사라고 합니다. 올해는 21일부터 24일까지 있었는데, 몇몇 클럽에서 언더그라운드 밴드들이 공연을 하고, 각국의 프로듀서들도 많이 찾아와서 실력있는 밴드가 있으면 발탁도 하는 문화 행사라더군요. EVE Fan Fest의 날자가 이 시기에 정해진 것도 저 Airwave의 시기에 맞춰서 다들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였다고 합니다. 대개 저녁부터 시작해서 한 클럽 당 몇개의 밴드가 1시간에서 2시간 단위로 계속 공연을 하게 됩니다. 22일 저녁 8시에는 EVE Online의 오리지날 사운드트랙을 담당한 RealX의 공연이 있어서 가 보았고, 그 다음에 여기 저기 기웃 거리면서 공연을 구경.
- EVE Fan Fest 2004
자, 이제 23일입니다. 23일은 공식적인 Fan Fest가 있는 날입니다. 원래는 제가 묵은 Nordica 호텔의 비즈니스 룸에서 할 예정이었는데 예상 외로 참석자가 많아서 좀 더 넓은 다른 곳으로 옮겼다고 합니다. 참석자가 총 350명이었는데, 100명이 아이슬랜드 거주자였고 250명이 해외에서 오는 사람들이었다고 합니다.
Fan Fest는 여러가지 프리젠테이션이 주를 이루었는데, 딱딱하지 않고 아주 재미있는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EVE Online이라는 게임의 시작과 앞으로의 계획, 그리고 곧 나올 확장팩에 대한 소개 등이 있었는데, 특히 확장팩의 예고편 격으로 만든 동영상을 상영할 때는 떠들썩한 애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더니 끝난 후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프리젠테이션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CCP라는 회사가 처음 생길 때의 이야기였습니다.
"태초에 아이디어가 있었고,"
"작은 문제가 있었으니..."
"돈이 없고,"
"팀이 없었다."
현재 제 상황과 매우 흡사해서 인상적이었죠, -_-
프리젠테이션 중
프리젠테이션과 데모들이 끝나고 경품 추첨의 시간이 되었습니다. 3명이 당첨되어서 라데온 9600 비디오 카드를 받아가더군요. 그러더니 마지막 경품이라면서 갑자기 모두 일어나라고 합니다. 유럽에서 온 사람은 앉으라고 하고, 그 다음 캐나다에서 온 사람, 미국에서 온 사람, 남미에서 온 사람 다 앉으라고 하니 저 혼자 서 있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나오라고 해서 나갔더니 Official Longgest Traveled Man for EVE Online Fan Fest 2004 라면서 여러가지 기념품을 주었는데, 그 중 가장 좋았던 것은 포스터에 개발자들의 사인을 해서 준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거의 참가자들 사이에서 스타가 되었죠, -_- 그 전까지는 그냥 한두마디만 하던 애들이 행사가 끝난 후 맥주 파티를 벌릴 때 마구 말을 걸고.
경품으로 받은 사인있는 포스터
요건 그냥 포스터
경품으로 받은 오리지날 사운드트랙
- 파티
공식적인 행사가 끝난 후 근처 나이트클럽으로 이동해서 파티를 벌였습니다. 술, 춤 등의 향연이었죠, -_- 그러나, 저는 약 1시간 정도만 있다가 호텔로 돌아왔습니다. 이유는 그 날 밤 9시에 오로라를 보러 가는 투어를 신청해 놓았기 때문이었죠. 참가자들이 게임만 하는 음침한 남자애들만 있는게 아닐까 하고 걱정도 했었는데, 의외로 멀쩡한 애들도 많았고 여성 참석자들도 많았기 때문에 파티 자체가 무척 섹시(-_-)했었답니다. 물론, 홀로 온 여성 참석자들은 별로 없고 대부분 커플로 왔기 때문에 그들 자체가 염장이었지만 말이죠, -_-
- 오로라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이드 말이 오로라는 남극 지방에서 보이는 것을 지칭하는 것이고 북극 지방에서 보이는 것은 Northern Light라고만 부른다고 하더군요. 여기서는 그냥 오로라 라고 지칭하겠습니다. 밤 9시에 오로라 보러 떠나는 오프로드 지프 투어를 떠났습니다. 터프하게 생긴 4륜구동 지프에 가이드가 운전을 하고 제가 조수석, 미국과 영국에서 왔다는 커플이 뒷자석에 타고 출발을 했습니다. 도시를 벗어나서는 오프로드로 다니면서 오로라를 보러 다녔습니다. 가이드 왈, 오로라 헌팅, -_- 안타깝게도 사진은 못 찍었습니다. 일단 밤이 되고 사람 하나 없는 오지로 가다보니 기온도 영하로 떨어지고 무엇보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서 무지 추웠습니다. 오로라나 밤 풍경을 찍어 보려고 노출을 늘리고 시도를 하니 추워서 달달 떠는 것 때문에 이도저도 아니게 찍히더군요, -_- 약 3시간에 걸쳐서 여기저기로 돌아다녔는데,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환상적인 경험이었습니다. 밤하늘에서 춤을 추는 몇겹의 커튼의 향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 블루 라군
24일입니다. 이제 아이슬랜드를 떠나야 할 날입니다. 비행기가 오후 4시인데, 아침 9시에 출발해서 공항에 2시 30분에 도착하는 투어가 있어서 그것을 신청했습니다. 버스를 타고 블루 라군으로 출발. 아이슬랜드는 대부분의 땅이 용암이 굳어서 생긴 땅이라서 그 넓은 영토의 대부분이 황무지이고 사람들은 부둣가 근처에 모여서 산다고 합니다. 국토의 크기는 우리나라의 몇배는 되는거 같은데 인구는 우리나라보다 턱없이 적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화산 활동이 있기 때문에 황무지들 곳곳에서 유황 성분의 간혈천과 온천이 나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열을 이용해서 발전도 한다고 하더군요. 올 여름에 일본 온천에 갔을 때는 일본 TV 뉴스에서 방금 온천에 몸 담궜다 방으로 돌아온 저에게 "일본 대부분의 온천은 수돗물!" 이라는 충격적인 뉴스를 들려줬었으나, 여기는 그러지 않으리라 믿을 수 있었습니다. 블루 라군은 이 유황 성분의 온천입니다. 팜플렛에서 본 것보다 실제는 그 크기가 매우 작았기 때문에 처음에는 실망했지만, 실제로 그곳에 몸을 담궈보니 꽤 만족스러웠답니다. 추운 야외에서 수영복을 입고 온천에서 헤엄치는 것이죠. 바로 옆은 발전소였답니다, -_- 약 2시간 정도 헤엄 치다가 여동생에게 선물해줄 머드 팩, 크림 등을 구입하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습니다.
블루 라군, 증기 때문에 잘 안보이지만 저기 사람들의 머리가...
뭐, 동네가 다 저렇습니다. 땅에서 연기가 펄펄~
더 많이 펄펄펄~ 멀리 있는건 발전소
- 해변
원래 이 투어 코스에서 이 해변은 여름 시즌에는 새들의 천국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새들이 모두 따뜻한 남쪽 나라로 가버린 후라서 새는 못 봤습니다, T.T 해변을 보고, 그 지역을 돌아 보다가 공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새들이 모두 따뜻한 남쪽 나라로 떠난 해변
- 런던
다시 런던으로 입국했습니다. 역시 도착은 밤이었기에, 예약한 호텔로 가니 밤 11시. 배가 좀 고팠기에 룸서비스로 버거와 버드와이저 2병 세트를 시켜 먹었습니다. TV를 보니 돈내고 보는 영화들 중에 투모로우가 있군요. 이거나 보면서 버드와이저나 마시자 하고 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보여줄 수 없다네요. 아마도 일정량의 DVD를 구비해놓고 틀어주는 모양인데 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많았나 봅니다. 샤워하고 나오니 그 때는 보여줄 수 있다고 나오길래, 느긋하게 보고 잤습니다.
룸서비스, Burger and Bud
25일.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밤 9시 30분입니다. 호텔에서 느릿느릿 11시에 체크아웃 하고 공항으로 와서 짐을 맡겼습니다. 아직 티켓팅할 시간은 아니고 해서 코인 라커를 찾았는데, 코인 라커는 없고 짐을 돈받고 보관해 주는 서비스가 있길래 (인포메이션에 물어보고서야 Left Baggage라는 간판이 그건줄 알았답니다, -_-) 짐을 보관하고 런던으로 가는 지하철을 탔습니다. 얘네 지하철은 굉장히 폭이 좁더군요. 그래서 오래된 라인들은 열차가 네모 모양이지만 피카딜리 라인은 열차 자체가 동그랗게 생기고. 피카딜리 서커스역에서 내려서 무작정 골목골목 싸돌아댕기기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올드 보이 상영하는 극장은 찾지 못했습니다. 분명히 어디선가 하는거 같은데, 안보이더군요. 골목들이 바둑판 모양이 아니고 꽤 복잡해서 길을 잃어버리기도 하고.
지하철, 저 폭이 꽤 좁답니다.
아, 무서운 골목. 언니들이 건물 입구에서 마구 째려보다가 불러요, 대낮에, -_-
- 귀국
귀국 비행기 타기 전에 면세점에서 담배 2보루와 술 2병을 구입했습니다. 유럽 애들 담배에는 담배갑 절반 크기에 커다란 글씨로 Smoking kills 라고 섬짓한 경고문이 단순명쾌하게 써있습니다. 뉴스를 보니 저것도 모자라서 앞으로는 폐암 환자들의 사진을 박아 넣을 계획이라네요, -_- 술 중에 한 병은 직장 동료 중 한 명이 죽고 못사는 바카디. 방금 전에 선물이라고 바카디 병을 꺼내 주니 매우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왔습니다, :)
바카디
네덜란드산 시가
담배피면 죽는다! 그럼 왜 파는지, -_-
- 감상
두번 다시 못 갈 여행이라고 생각하고 간 아이슬랜드지만, 지금 생각하면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가 보고 싶습니다. 제가 돌아다닌 곳은 섬의 남서쪽 작은 반도만 돌아다녔는데, 그 넓은 섬에 엄청난 자연 경관이 곳곳에 있다더군요. 지프를 렌트해서 돌아다닌다면 (물론 얼어죽지 않기 위해 밤에 묵을 곳은 잘 계획해서, -_-) 굉장히 재미있는 동네일 것 같습니다.
돈은 영수증들을 정리해봐야 알겠지만 처음 계획한 예산에서 조금 초과한 듯 싶네요. 대부분 먹는 걸로, 으음...